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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less

태권도의 저주를 풀어줘 (2) : 수면 위로 출렁이는 거친 마음

어린 마음은 직선이다.


주영과 도회의 청춘은 직선으로 충돌했다.
찰나의 달콤함을 맛본 뒤 갑작스레 일어난 단절.
12년을 기다렸던 사람과 묻어두었던 사람.

두 세계가 조우한다.
그동안 보지 못해서 쌓인 미련, 회한, 분노,

그리고 사랑.

수면 위로 급하게 요동치는 마음을, 흔들리는 눈빛을 둘 다 애써 참아본다.
직선으로 충돌하기에는 충분히 나이를 먹었으므로.

하지만 아직도 두근대는 마음
그리고 너무 보고싶었던 너.

 


도회 앞에서는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은 주영.

관심받고 싶은 눈은 도회를 끊임없이 따라다닌다.

 

둘의 일산 여행은 뜻밖에 주영의 퇴학이유를 발견하는 시간이 된다.

너에게 내가 부족한 존재일까봐, 그게 두려운 주영.

주영에게만 너그러워지는 자신이 두려운 도회는

그럼에도 믿는다고 말해준다.

 

그순간 주영이 도회를 끌어안는다.

'누가 봐'

눈치보는 도회를 더 꽉 끌어안는 주영.

 

처음으로 열심히 살아볼 마음을 먹은 주영에게

도회는 전부가 되었다.

살아갈 이유가 생겼다. 


 

가장 중요한 수능날 새벽

어김없이 술판을 벌이는 도회 부(父). 심부름을 시키려는 전화가 울린다.

도시락을 싸던 주영이 대신 나가고 도회를 조롱하는 관장에게 화가 치민다.

대든 댓가로 진행된 폭력은 동틀 때까지 계속된다.

 

커질대로 커진 사랑은 누군가에겐 멋대로 부린 오지랖.

경찰이 오고 상황이 수습된다.

한순간의 행동으로 생이별을 하게 된 둘.

 

그렇게 주영은 도회를 12년 동안 보지 못한다.


12년 후 주영은 도회의 아버지 장례식에서 그를 만난다.

 

도회를 본 순간

힘겹게 내뱉는 첫숨.

눈이 마주치는 순간 얼굴이 마비된다.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눈으로 좇기만 하는 주영에게 돌아오는 것은 도회의 무심한 반응 뿐.

 

 

 

도회도 주영을 봤다. 

그리고 고민했다.

주영을 다시 사랑하려면 덮어둔 과거를 모조리 파헤쳐야 한다.

그러기 싫다고, 생각한다.

옛날과 똑같이 다가오는 주영에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고 떠난다.

 

 

 

 

운명의 여신이 장난을 친다.

12년 동안 기다려 만난 싸늘한 도회가 알고보니 같은 동네 영어선생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되는 주영.

 

주영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아니 무너진다.

 

오랜 기다림 끝에 서서히 포기한 마음이 수면 위로 거칠게 출렁인다.

도회를 중심으로 진동하는 주파수가 커진다.

 

주영은 다시 다가가기로 한다.

사랑했던 그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