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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less

호태 & 동희: 엇갈리는 마음 앞에서 널 사랑하기

캐릭터 간의 사랑이 오래된 경우, 둘 중 하나다.
첫번째는 시간의 간극을 인정하고 이 상태 그대로 정성껏 마음을 쓴다. 
두번째는 서로의 타이밍이 어긋난 상태로 거칠게 충돌한다.
 
오랜만에 감상한 두번째 유형.
장기간에 걸친 관심인 만큼 쉽게 사랑하지 못한다.
깨져서도 변해서도 안되기에
매번 빙빙 돌아가는 표현과 관심들.
 
간접적으로만 전달되는 진심 앞에서 호태는 의도적인 엇갈림을 끝내보려고 한다.

냅다 던진 사귀자는 제안에, 동희는 흔들린다.
 
알바생이 아프면서 둘의 사이가 가까워지진다.
조금씩. 
변하지 않은 마음이.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서로를.
 

1. 엇갈리는 표현과 사랑의 추억

겉으로는 서로를 거부하는 둘.
뱉은 말과 다르게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사랑을 거부한 지 오래지만 사랑했던 추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서로를 향한 마음을 자제하는 것뿐.
어쩌면 아직 그를 사랑하는 것 같다.

 
[여전한 사이]
호태는 이번에도 여친에게 일방적 이별통보 후 실컷 맞는다.
그런 그를 보다못해 데리고 온 알바생과 구급상자를 꺼내는 동희.
호태는 그에게 뻗는 손을 격하게 거절한다.
사라지는 동희를 뒤로 하고 한껏 찌푸린 얼굴로 머리를 긁는 호태.

잘못된 걸 직감이라도 하듯.


빨래를 연신 힘껏 털며 중얼거리는 동희
동희 : (입을 꽉 깨물며) 망할놈의 새끼.. 눈에 띄지나 말던지.
 
[추억사진]
동희의 커피집에 방문한 호태는 수첩에 껴진 둘의 학창시절 사진을 본다.
호태가 와 있는 걸 확인하는 동희.
동희 : 뭐야. 바빠서 시비 받아줄 시간 없다.
호태 : 아니 그.. 알바생 안왔냐?
망설이다 도와준다고 제안하는 호태. 
그런 그를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동희.
 
[고등학교]
학창시절, 여친에게 맞고 온 호태를 한심하게 바라보는 동희
동희 : 너 어쩌냐. 안그래도 못난 얼굴 더 험악해지기까지 하겠다.
호태 : 상관없어.
동희 : 넌 여자가 그렇게 좋아?
호태 : 딱히 좋아서 만나는 건 아닌데?
호태가 동희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한다.
그런 그가 어색하다.
동희 : 퍽이나.
밀치고 걸어가는 동희 뒤를 웃으면서 달려가는 호태.


2. 수면 위로 드러난 사랑의 표현

이전처럼 엇갈리거나 충돌하는 경우가 줄어든 둘.
호태는 어렴풋이 그도 같은 마음이었다고 생각해본다.

가장 보편적인 표현으로 빚는 마음.

고백은 단도직입이었지만 호태는 그것이 소원이라고 한다.

완벽하게 거부당한 마음. 그리고 이뤄지지 않은 소원.

동희가 호태를 바라봐줘야 일어나는 일이기에 이 사랑은 소원이다.

 
[고백전야]
늦은 저녁, 호태는 가게에서 동희가 오기를 기다린다.
동희 : 빨리 오라고 그 난리를 치더니, (장난스럽게 웃으며) 아직 안 갔네? 
호태 : 밥 안 사주고 도망갈까봐 지키고 있는 거 안보여?
동희 : 밥 맡겨놨냐.
호태 : 배달 도와주는 거 오늘이 마지막이라며.
동희 : (멋쩍게 손을 올리며 웃는다) 내가 좀 무심했네. 밥이나 먹으러가자. 
호태가 슬쩍 미소를 짓는다. 
 
저녁 밤바다를 걷는 둘.
호태 : 밤공기 좋다. 그치.
동희 : 밥먹으러 어디까지 가는건데.
호태 : 저쪽 가면 새로 생긴 데 있다고.
동희 : 그냥 아무데나 가면 되지.
호태 : 야 내가 알바를 그렇게 도와줬는데. 그리고 그, 소원도 하나 들어줘야지.
 
[고백]
호태 : 너 취하기 전에 말해야겠다.
          나랑 한달만 사귀자.

          형동생 그런거 말고. 뽀뽀도 하고 자기도...
순간 뺨을 때리는 동희. 그대로 나가버린다.

 

[정면충돌]
골목에서 둘은 서로의 오래된 마음을 마주한다.


동희: 내가 다시는 이 얘기 꺼내지 말라고 경고했지.
고개를 푹 숙이는 호태.
동희: 씹냐?
        (핸드폰을 꺼내들며) 너 이거 스토킹으로 고소할 수 있거든?
화면엔 호태가 보낸 사귀자는 메시지들만 가득하다.
(중략)
호태: 너 남자 좋아하잖아. 딴놈들은 되고 난 왜 안되는데.
동희: 넌 내가 남자면 다 좋다고 하는 줄 알아?
호태: 하 씨, (머리를 긁적이며) 그래서 내가 소원이라고 한거잖아. 니가 안 들어줄 것 같아서.


3. 사랑임을 깨닫는 순간

천천히 동희에게 다가가는 호태.

날것의 마음은 그대로지만 그가 멀어지지 않게 가볍게 접근한다.

더이상 숨길 마음도, 이유도 없다.

 

처음 그를 마음에 품었을 때 외부조건이 자격미달이 되도록 의도한 호태.

불가능한 조건이 되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마음은

이것이 사랑임을 말할 뿐.

 

자신도 그랬듯 동희도 이 상황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마음이 영원할 것임을 알려준다.

 

무한(無限)의 사랑 앞에서 동희는 조금씩 흔들리고 있음을 인정한다.

 

[단합대회]

카페 단합대회에 일방적으로 낀 호태.

사라진 알바생을 기다리는 둘은 티격태격이다.

제대로 하라는 동희의 말에 호태가 카톡으로 답한다.

 

'한 달만 사귀어주면 더 제대로 하고'

 

동희가 거슬리는 표정으로 호태를 째려보며 손을 올린다.

동희 : 확 씨!

순간 동희의 손을 잡아채는 호태.

어색한 정적이 흐르고.

동희 : 뭐, 뭐야.

호태 : (씩 웃으며) 우리 손 잡았다.

 

동희의 표정에서 드러나는 마음 그리고 잠깐의 설렘.

 

[둘만의 시간]

비의도적으로 둘만 단합대회 캠핑을 즐기게 되고.

사라진 알바생에게 괘씸함을 표시하는 동희 앞에서 호태가 말한다.

호태 : 난 좋은데.

동희 : 좋아하지 마라.

호태 : 뭘.

동희 : (호태를 바라보며) 뭐든.

호태가 고개를 돌려 입을 다신다.

호태 : (가만히 동희를 바라보다) 근데 너 왜 술 안마시냐?

          아무짓도 안할테니까 나랑 술 좀 마시자.

동희 : 너랑은 술 절대 안마셔.

호태 : (잠시 생각한 뒤) 왜? 나한테 진짜 속마음 들키기 싫으니까. 맞지?

동희가 호태를 한번 바라본다.

호태 : 생각해봤는데 니가 화나는게 사귀자가 아니라 한 달만 때문이냐?

동희의 동공이 잠시 흔들린다. 

 

[카페에서]

일상적인 고백공격에 여전히 꺼지라고 대답하는 동희.

호태는 아랑곳하지 않고 동희의 주변을 맴돈다.

호태의 개그에 웃는 동희를 보며 말한다.

 

호태 : 넌 가만 보면 빡치는 것도 나 때문이고 웃는것도 나 때문인데 나한테 관심은 없다 그러더라.

동희를 빤히 바라보는 호태. 그리고 시선을 돌리는 동희.

 

호태를 곁에 두는 한 방어적인 동희의 태도는 점점 한계에 부딪치는 중이다.

 

[이모가 왔다 간 뒤]

호태의 엄마가 카페에 방문해 잠시 간식타임을 갖는 동희.

이모를 생각해서라도 여태 거부했던 호태의 고백이지만 막상 이모를 보고도 마음을 포기할 순 없을 것 같다.

 

카페를 떠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동희.

동희 : 이모, 미안.

 

이모가 준 반찬거리 앞에서 생각에 잠긴 동희

대꾸가 없어 옆에 와 앉은 호태에게 말한다.

동희 : 야, 너..

호태 : (잔뜩 기대하는 표정으로) 왜, 뭐, 사귀자고?

명치를 쎄게 맞는 호태.

아파하는 호태에게 묻는다.

동희 : 너 사고난 다리는 괜찮냐?

호태 : 아프지. 일 년에 한 번 정도.

생글생글 웃는 호태를 곁눈질한 뒤 다시 묻는 동희.

동희 : 물어보면 안될 것 같아서 안 물어봤었는데 오토바이는 왜 탄 거야? 

호태 : 더 양아치처럼 보이려고. 

물끄러미 바라보는 동희를 보고 일어나는 호태.

호태 : 너 서울로 대학가고 나 좀 힘들었거든. 안 보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안 괜찮더라고.

          난 내가 미친 줄 알았어. 동네 친한 형 상대로 무슨 생각인지.

          엉망진창 쓰레기처럼 살다보면 나중에 고백하고 싶어 못 견디겠다 싶은 때가 와도 쪽팔려서 못하겠지 라고 생각했어.

          근데 못 견디는 건 못 견디는 거더라고.

그런 그를 바라보는 동희에게 호태가 말한다.

호태 : 왜 꺼지라는 소리가 안 나오냐. 무섭게. 

         너 힘들면 그냥 계속 퇴짜놔도 돼.

         죽을 때까지 너한테 들이대면서 살지 뭐.

무안함에 자리를 이동하는 호태. 그리고 그런 그를 바라보는 동희의 눈시울이 붉다.


4. 행동으로 드러나는 사랑하는 마음

[크리스마스 파티]

파티에서 호태가 기타를 연주하며 세레나데를 부른다.

 

우리 앞에 시간은 멈췄어

우리 둘, 둘 뿐이야

 

동희를 바라보며 불러보지만 동희는 알 수 없는 표정이다.

 

흥을 깨며 동희가 와인잔을 부딪힌다.

동희 : 메리 크리스마스.

동희가 마신 잔의 입술자국 그대로 한모금 하는 호태.

동희 : 야 너 미쳣냐? 너 꺼 먹어.

새로운 잔에 다시 따라마시는 동희.

호태가 다시 한 번 입술자국 그대로 한모금 한다. 무언가를 상상하듯 눈을 감고.

동희 : (호태를 불만스럽게 쳐다보며) 야 그만 뺏어먹어. 너 꺼 먹으라고, 콱.

호태 : (조금 처량한 표정으로) 아 이 정도는 하게 해줘.

(중략)

이상형을 묻는 준혁형의 말에 답하는 동희.

지금 이순간 누구보다 초집중하는 호태.

동희 : 나는 섹시한 히스패닉. 

          두고봐. 나는 햇빛 쨍쨍한 스페인 같은 데서 라틴계 최강미남이랑 살거다.

과몰입한 호태가 중얼거린다.

호태 : 스페인어를 배워야 되나.

 

[널 사랑해]

카페 전화도 받지 않고 무언가 열심히 공부하는 호태.

동희 : 드디어 정신 차렸구나. 

호태 : 아니 뭐, 히스테리인가 걔네 스페인어 쓴다며.

기초 스페인어 책 표지를 들어보이는 호태.

동희 : 진짜 미쳤구나. 검정고시 준비하는 줄 알았더니만..

도망가는 호태를 잡으려고 뛰어다니는 동희

호태가 다급하게 서서 책을 뒤지며 말한다.

호태 : 잠깐만, 잠깐만.

          Ti amor. Quieres salir conmigo?

          (내 사랑, 나랑 사귈래?)

동희 : 진짜 안꺼지냐?

호태 : (환하게 웃으며) 어? 알아들었네.
          Muy bien.

엄지척을 하는 호태를 보고 표정이 굳어 자리를 뜨는 동희

 

멀어지는 그를 보니 오늘따라 코가 시큰거린다.

어느날 그가 떠날 수 있다는 생각에 갑자기 겁이 난다.

웃음을 거두고 숨을 가다듬은 호태는 앞서 가는 동희를 껴안아본다.

 

호태 : (살짝 당황하며) 왜 안 때리냐? 

어제 와인잔 사건이 생각나며 호태의 진심을 더이상 거부할 수 없는 동희.

동희 : 이 정도는 하게 해주고. 

동희의 결심이 눈빛에 잠깐 서리고 호태의 입가엔 미소가 머무른다.

조금 더 가까이 그를 안아보는 호태.


 
 
덧) 
메인보다 서브가 더 빛나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봤다. 
호태 역할을 맡은 배우가 아주 맛깔지게 연기한다. 
쌈마이 양아 느낌을 정식으로 말아준다. 대사 치는 개그실력도 수준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