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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2021년 가을, 을씨년스러움이 가득하다

갑자기 불려온 자리가 지그시 온도를 올린다.

내 마음은 을씨년스러운 지 오래

어수선한 생각은 듣게될 단어를 알지도 못한 채 몇초간 머물다 움직이다를 반복한다

높이 있는 난간에서 뛰어내릴 때 느껴지는 발바닥의 아릿한 통증 정도

언제나 뛰기 전 숨을 골라야 한다

비록 그것이 발바닥의 통증과 연관이 없다고 하더라도 

주술을 걸어본다

효과가 있으면 성공, 없어도 주술을 걸었기에 이 정도인 거다

 

동일한 함정에 갇힌 지 몇 번째

이젠 높이 있는 난간에서 함정으로 뛰어내리고 싶지 않아

항상 뛰어내리는 게 무섭다

뛰는 것은 몇 초간의 죽음이다

또한 몇 초간의 자유다

이후에는 중력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중력이 존재하는 지도 모르고 눈을 질끈 감고 뛰어내린 지 몇 번

중력의 힘은 언제 어디에나 있다

외계행성에서 온 나는 모든 것이 서툴다

 

BB-18을 떠난 지 오래됐다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외계인을 자처한다

하지만 영원한 외계인으로 남는 것은 무리다

중력의 규칙에 따라 움직여야 해

한 발을 내딛는 게 많은 연산을 필요로 한다

소방관이 밧줄을 내려준다

 

'아저씨, 전 언제까지 함정에 빠지고 밧줄로 힘겹게 올라와야 하나요?

그냥 함정이 어디 있는지 알려주세요'

 

소방관과의 대화는 끝나고 나니 뭔가 뒤숭숭하다.

과연 저 입 뒤에는 어떤 단어가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을까

하지만 말하지 말아줘

 

소방관은 내가 익혀야 하는 각종 안전규칙들을 끝도없이 소개했다.

내가 이곳에 살지 않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발생한 어처구니없는 이벤트

난 중력이 존재하는지 몰랐는데 그걸 제일 먼저 알려주면 좋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