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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

바비(2023) : 이토록 적나라한 핑크빛 이야기



모든 화면이 완벽하다.
마고 로비가 바비고 시무 리우와 라이언 고슬링은 켄 그 자체다.
꼭 바비가 살 것만 같은 앙증맞은 세트도 적절하고 인형의 삶을 암시하는 여러 장치까지 디테일하다.
 
그런데 눈물이 날 것만 같다.
바비가 '내가 죽으면 어떻게 되지?' 라는 존재론적 위기를 겪고는 현실세계로 떨어져,
어느 할머니에게 예쁘다고 코멘트하는 장면에서.
순간 눈물이 날 것만 같다.
 
왜지?
바비가 현실세계에 떨어진 장면 이후 계속 눈물이 흐를 것 같다.
모든 장면은 코미디일 뿐인데.
현실을 풍자할 뿐인데.
 
그 풍자극에서 웃음이 나는 것이 아니라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은,
이 영화가 보여주는 것들이 무언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무언가 내 뼛속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정확히 언어화할 수 없었지만 이제서야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알았기 때문이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던 이야기.
혹은 SNS에 누군가 스쳐지나가듯이 남겼던 몇 마디.
암묵적으로 인지하고 있었던 현실.
천장과 벽. 
 
누군가는 그럴 것이다.
시대가 달라졌다고.
과연, 그럴까?
아니. 대답은 아니오.
 
1분 가량 이어지는 침묵 속의 스피치.
정말 그렇지. 듣고보니.
하긴. 근데 생각해보니 좀 그런 면이 있어.
아니, 정말로.
 
누가 진정으로 당신을 막아서고 있는거지?
그 사람이 누군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영화는 여자라는 존재가 어떻게 고정관념화되었는지를
우화식으로 풀어나간다. 
바비와 말을 이용해.
 
남성성이란 무엇인가.
여성성이란 무엇인가.
남자란 누구고 여자란 누구인가.
영화 내내 이 근원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천천히 찾아갈 수 있다.
 
그 어떤 것도 당연한 건 없다.
우리는 단지 우리가 살아가는 대로, 원하는 대로 우리를 정체화할 수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