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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

세라 그리고 음악

우연히 정다운 무언가를 다시 보게 되었을 때, 그것만큼 반가운 것이 있을까? 때로는, 한 번도 보지 못했지만 너무나도 익숙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겨울날 구수한 고구마 냄새가 걸어가는 내내 시린 코를 달콤하게 녹이듯이, 이 또한 낯설지만 그런 익숙함을 전해준다.

우리에게 스마트한 문명의 발달이 방문하기 전까지는 흔히 아케이드라고 불리는 유흥의 공간이 당당히 존재했었다. 아케이드에서는 그 특유의 유치함과 재미를 즐길 수 있었다. 일회성으로 끝나기 마련이지만 톡톡 튀는 장면으로 둘러싸인 공간은 집중도를 높여주곤 했다. 진한 색감과 아기자기함, 귀에 착 달라붙는 전자 멜로디. 형광펜과 같은 조명 아래서 자신의 시간을 약간이라도 하이라이트 해본 사람들에게,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영상으로 재구성된 소식은 충분히 흥미로운 일이다. 거기에 언제나 멍청함의 시럽을 몇 스푼 들이킨 것 같은 마이클 세라의 연기는 영화의 만화같은 연출을 부각시켜준다. 이것은 정말이지 사실이다. 만화가 그대로 살아움직이는 듯한 효과를 보여주는데, 특유의 속도감과 산만함이 한데 뭉쳐 눈앞에서 움직이는 것은 참으로 진귀한 구경이 아닐 수 없다. 이뿐만 아니라 각종 장면에서 보여지는 소소한 재미도 그 매력을 더욱 높여준다. 플럼트리 티셔츠를 입고 있는 스콧부터 시작해서 브로큰 소셜 씬, 벡 등 정신나간 영화에 배경을 깔아주는 뮤지션들의 직간접적인 기여를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단, 오직 하나 아쉬운 것이 있다면 영화에서는 뷸라를 만나볼 수 없다는 것. 뷸라야말로, 스콧 필그림을 책으로 접하든 영화로 접하든 가장 먼저 만나보았으면 하는 음악이기 때문이다. 캐나다라는, 생소하지 않은 것 같으면서 생소한 단어를 이 음악을 들으며 한순간에 가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의 스콧 필그림에 대해 아주 익숙하게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것을 너무나도 익숙하게 만드는 소리, 멜로디. 이런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이 분명하기에, 뷸라가 그 매개체가 되는 것이 좋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기억해야 할 것은 무엇보다 작가이다. 오말리의 세계는 음악과 추억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기에 진심이고, 누구에게나 쉽게 납득될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_그의 동화같은 세계가 영원히, 지속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