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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

괴물(2023) : 행복할 수 없다니...쇼모나이 쇼모나이

그런 생각 다 쓸데없어.
몇몇 사람만 가질 수 있는 건 행복이라 부르지 않아
쓸데없어, 쓸데없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걸 행복이라 부르는 거야.
 


11살 인생에 찾아온 가장 큰 희극이자 비극
내가 원하는 행복은 모두가 바라는 행복과는 조금 다를지도 몰라.
 
사랑의 시작 : 욕망하는 시선
미나토는 주로 요리의 뒤에서 그를 바라본다.
참다가 이동하는 미나토의 시선들.
후죠시 키다상이 기가맥힌 어시스트를 하면서 찬스가 만들어진다.
요리와 함께 탬버린을 옮기게 된 미나토의 눈에 빛이 돈다.
바라보고 싶은, 첫눈에 반한, 마주보고 싶은 너랑 내가 같이.
아닌 척, 정상인 척 표정을 가다듬으려고 하지만
요리가 다가오는 몇초간 미나토는 뛸듯이 기쁜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한다.


오해 : 너 싫어하는 거 아니야
음악실에서 과자를 나눠주며 손으로 안줬으니 더럽지 않다고 안심시키는 요리
"더럽다고 생각 안 해"
오해라도 있는마냥 바로 응답하는 미나토
요리는 원래 자긴 그런 취급을 받는 사람이라고, 유쾌한 말투로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아직 눈치채지 못한 요리쿤은 미나토에게 꿀꿀대며 머리를 쓰다듬는다.
떨어진 과자 부스러기를 줍는 미나토의 움직임이 느려진다.
요리가 만져주는 이 순간이 갑자기 멈추면 좋겠다.
 
질투 : 니가 뽀뽀당하는 것조차
요리를 향한 놀림이 심해지고 심지어 뽀뽀장난까지 눈앞에서 떡하니 보게 된 미나토
절대. 싫다.
니가 하는 걸 보는 게 싫어.
하지마. 당하지마.
괜히 소란을 피워 상황을 무마시킨다.
 
사랑의 한 가운데 : "네가 떠나는 거 싫어"
애처롭게 조르는, 이상하게 어딘가 아양떠는 말투.
한껏 가까워진, 금방이라도 입술에 닿을 것 같은 거리.

가만히 바라보는 미나토의 얼굴에 발화할 수 없는 진심이 역력하다.


또 한번 널 포기하고 기운없이 내뱉은 사과.
그런 미나토를 작은 손으로 끌어안아주는 요리.

 

내가 원하는 거리에서
내 이름을 불러준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미나토를 바라보는 요리.
 
그토록 원했던 요리와의 신체접촉은 갑작스러운 발기로 이어지고
미나토는 화들짝 놀라고 만다.
이상해 너 앞에만 서면 내가 이상해져. 창피해. 다가오지마.
요리 앞에서 계속 괴물이 돼버리는 미나토.
 


상사병 : 땀을 주룩주룩 흘리며 널 찾아가기
요리가 미칠듯이 보고 싶어 결국 한밤중에 자전거로 질주해버리고 만 미나토.
큰일이라도 난듯. 불이라도 난듯.
아니, 사실 불이 났다. 미나토의 마음에 큰 불이.
안절부절 문이 열릴 때까지 미친듯이 벨을 누르고 현관문을 쾅쾅쾅.
신도 아야카는 누군데 대체. 굳은 얼굴로 화르륵 눈에서 불을 뿜는 미나토.


널 보려고 질주해서 땀으로 범벅인 채.
충격적인 헛소리를 뒤로하고 닫히는 문틈사이를 눈으로 끝까지 좇는다.
 
닫힌 문에 대고 속삭인 사랑의 소리는.
"있잖아.. 같이 어디로든 가자. 같이 살자"

 
뛰어갈래 : 너에게로, 몇번이고.
쇼모나이 쇼모나이.
다 쓸데없는 생각이라고.
의뭉스러운 교장선생님의 확실한 발언에 용기를 얻은 미나토.


그래 이 지겨운 인생대신

밤이고 낮이고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에도

너에게로는 몇 번이고 뛰어가겠다고.

 

물에 흠뻑 젖은 채 정신을 잃은 너를

끌어내어 새 옷으로 갈아입혀줄 거라고.

 

네 뺨을 만지며 활짝 웃을 거라고.

너와 함께 탄 기차가 출발하기를 가만히 기다릴거라고.


너랑 내가 같이 있는

행복한 시간을 선택하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