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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less

사랑의 발현, 그리고 열매맺기: Alex & Henry

알렉스는 항상 정확하게 헨리와 눈을 맞춘다.
강한척, 괜찮은척 하는 헨리와 다르다.
솔직하게 직선으로 그를 마주한다.
그래서 가끔 그 정석적인 부분이 고리타분할 때도 있지만.
정직하게 쓰다듬는 손의 움직임.
정확하게 헨리의 눈을 바라보고.
헨리가 원하는 모든 것을 실현시켜준다.
관능이 필요할 땐 섹스 어필.
기다림이 필요할 땐 가만히 바라봐주고,
용기가 필요할 땐 따스하게 어깨를 감싸준다.
정답이 이리도 쉽게 획득할 수 있는 거였나?
반복해서 의심하는 헨리.
그럴리가 없어. 그토록 기다려온 정답지가 눈 앞에 있을리가.
정답지가 사라지기 전에 한시라도 더 많이 눈에 담아본다.
자신을 혐오하는 마음이 알렉스를 혐오하는 척
그를 보고 싶어 찾아간 게스트룸에서 2차로 혐오하는 척..
혐오는 사랑이다. ㅎ
거부하고 싶은 것이 자기가 그토록 원하는 것이기에.

1. 헨리의 행동 :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표식

청소도구함에 알렉스와 갇혀 뒤엉켰을 때 헨리는 떨어지라고 정색한다.
아직 경계를 풀지 않은 알렉스는 놀란 표정으로 구석을 응시한다.
그런 알렉스쪽으로 몸을 튼 채 걱정된 표정으로 쳐다보는 건 헨리다.
무슨 말을 할까 고민하다가 침묵을 깨는 것도 헨리다.
알렉스가 바라보지 않을 때 뚫어지게 쳐다보는 사람은 헨리다.
헨리는 알렉스의 부정적 반응에 신체적으로 격하게 반응한다.

1-1. 수면 위로 올라온 감정들

1-1-1. 공포감

당연하게도, 헨리는 알렉스의 향수를 알고 있다.
그저 얘기하고 싶었기 때문에 언급한 주제가 되려 그에게 적대적인 반응으로 돌아온다.

헨리: 상탈 33 써?
알렉스 : 그런데?
헨리 : 그럴 줄 알았어.
알렉스 : 그게 지금 무슨 뜻인데?
헨리 : 좋은 취향을 가졌다고.
알렉스 : ...고마워.

난데없이 칭찬을 받은 알렉스와 그의 적대적 말투에 공포심이 든 헨리.
헨리는 알렉스의 뒷통수에 대고 처음으로 입 밖으로 진심을 내뱉는다.

날 왜 싫어하는데?

 

홧김에 알렉스에게 입을 맞추고 다시 재회한 레드룸에서 헨리는 공포감을 느낀다.
겨우 친해진 사이가 다시 이전처럼 돌아갈까봐, 아니 더 큰 혐오감을 낳았을까봐 걱정이다.
이미 헨리는 할말을 정해놨다. 그날에 대한 신사적인 사과. 하지만 속은 한없는 공포감으로 가득하다.
알렉스는 이제 그를 싫어할거니까.

내 행동이 너무 끔찍했지.

 

 

1-1-2. 놀람

칠면조씬에서 알렉스는 헨리의 마음을 뒷걸음치다 발견할 뻔 한다.
주위를 맴돌며 거리를 좁히는 헨리는 순간 놀란다.
마음이 발각될 뻔 했다.

헨리의 마음은 발각되기 직전이다.
신년파티때 충동키스사건을 해명하려고 하자 알렉스는 대뜸 키스부터 갈긴다.

헨리가 원했던 바로 그것이지만 니가 왜 거기서 나와....급으로 놀라고 당황하는 헨리.
이럴 리가 없는데. 알렉스는 날 좋아하지 않는데.
생각조차 하지 않던 알렉스의 대답에 헨리는 잠시 충격에 빠진다.
그토록 기다렸던 키스를 급히 중단할 만큼.

그리고 당연하게도 헨리는 알렉스 쪽으로 달려가 황급히 키스를 한다.
눈썹은 하늘 높이 올라가고 알렉스와 입을 맞추고 있는 자신이, 이 순간이 믿기지 않는다.
아주 큰 놀라움 그리고 황홀함.
덧붙여 이때 의도적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소 혼란스럽고 기적같은 헨리의 감정표현이 키스에 완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식으로 처리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비슷한 장면을 자비에 돌란 또한 연출한 바 있다.

 

뱀발1_마티아스와 막심(2019)
사랑의 역사가 너무 오래된 나머지 우정인지 사랑인지 그 경계선에서 헷갈리는 마티아스와 막심.
혐오를 가장한 사랑싸움을 한 뒤 마티아스가 드디어 폐쇄된 공간에서 막심에게 입을 맞추는데.
막심은 도통 키스에 집중하지 못한다. 너무 오랫동안 기다렸던 순간이라. 너무 오랫동안 억눌렀던 감정이라.
입에 닿는 감촉만 떠듬떠듬 느낄 뿐이다.
지금 이순간 마티아스와 키스를 하는 자신이 현실이라는 것. 실제로 일어나는 중이라는 것.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부터 큰 충격이 된다.

 

1-1-3. 실망감

쌔끈빡끈남을 독차지할 순 없다. 아직 둘은 아무것도 아니므로.
그러므로 헨리는 알렉스와의 순간을 빼앗긴다.
알렉스 무릎 위에 앉는 여성을 보며 표정이 급격하게 굳어진다. 긴장이 되고 혼란스럽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통스럽다. 헨리는 눈앞에서 그를 잃어버린다.
긴장으로 깍지낀 손에 힘이 들어간다.

알렉스가 무대로 억지로 끌고가 춤추라고 떠민다.
알렉스 옆에 있기 위해 병째 술을 마시며 분위기를 타보려 한다.
역시나, 금방 그를 뺏긴다. 멀어지는 알렉스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혼란스러운 신년파티에서 감정은 널을 뛰고
어쨌든 마지막 카운트다운 순간은 함께 해 너무 기쁜 헨리.
함박웃음으로 같이 숫자를 외치지만 극한의 흥분은 곧 싸늘한 실망감으로 낭떠러지 낙하를 한다.
눈 앞에서 다른 여자들과 키스하는 알렉스를 보니 토할 것 같은 헨리.

1-2. 눈마주침

헨리는 자신이 싹바가지처럼 군 멜버른 기후회의의 기억을 상기시키는 알렉스를 마주하기 위해,
처음으로 눈을 마주친다.
헨리의 사과로 둘의 불화가 일단락되며 알렉스는 시선을 돌린다.
더이상 할 얘기가 없어진 알렉스는 어색해하고
헨리는 이제서야 알렉스가 자길 싫어한 이유를 알게 되어 만면에 미소가 번진다.

신년파티 장면의 백미로 알렉스와 헨리 둘만 무대에 서 있고 나머지 모두 춤추느라 앉아있는 씬을 꼽을 수 있다.
헨리는 알렉스와 눈을 마주치며 다시 한번 절절히 깨닫는다.
그를 사랑하고 있음을. 애써 단념하려던 마음이 아스라이 돌아온다.
하고싶은 말이 쌓인다. 그에게 금방이라도 사랑을 고백할 것만 같다.
하지만 모두가 다시 일어나며 헨리는 전할 수 없다. 고백을 단념한다.

1-3. 긴장감

알렉스와 악수할 시간이, 정확히는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오자 헨리는 손에 난 땀을 슬쩍 닦는다.

다음 데이트를 제안하는 헨리의 손이 어쩔 줄을 모른다. 방금 전까지 사랑하면안되네 진지충이 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보고 싶은 그의 욕망을 최대한 아닌 척 해야 되기에 헨리는 애먼 반지만 만지작댄다.

1-4. 지그시 바라보는 눈

알렉스를 바라보는 것조차 억제하던 헨리는 이제 한결 편하게 그를 바라볼 수 있다.
그에 대한 소망과 욕망, 아쉬움이 뒤섞여 찰나의 순간에도 만감이 교차하는 헨리.
첫 눈마주침 이후 헨리는 계속해서 알렉스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전화통화에서 알렉스 침대에 같이 누워있는 연출씬은 더 직접적으로 헨리를 드러낸다.
알렉스에게 고정된 시선은 갑자기 훅 들어온 질문 전까지 움직이지 않는다.
Have I surprised you in any way?
알렉스를 처음 본 순간부터 아직까지 유효한 물음에 정곡을 찔린 헨리는 급하게 가면을 착용한다.
아직 언어화할 수 없는 고백을 꺼내지 못한다.

신년파티에서 애써 술을 마시며 알렉스에 대한 마음을 억눌러보려고 한다.
하지만 그를 빤히 바라보면 볼수록 쉽지 않다.
다른 사람들과 섞여 있는 알렉스를 보는 건 술을 마시지 않고는 견디기 어렵다.

1-5. 먼저 문자하기

알렉스의 번호를 알아내 먼저 접촉한 건 헨리다.

헨리-> 항상 오른손을 주머니에 넣는데, 자위라도 하는 거야?
알렉스-> 내 번호 어떻게 알았어?
헨리-> MI6 (농담아님)

헨리-> "알렉스 클레어몬트-디아즈, 아빠가 될 예정?" (기사를 공유하며) 자기야, 우린 항상 조심했는데.

다소 짖궂은 헨리의 문자가 알렉스의 취향을 저격한다.
알렉스가 보내는 내용이 되려 평범해보일 정도로, 헨리의 욕망은 문자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 그리고 알렉스를 더 가까이 두고 싶다는 욕망이 문자라는 매개체를 통해 표현된다.

1-6. 전화하기

첫 전화통화에서 왜 아직도 안 자냐는 알렉스의 말에 "어떤 바보가 새벽 3시에 칠면조 때문에 전화를 걸어서지" 라고 받아치는 헨리. 알렉스의 전화를 받을 수밖에 없는 그는 부연설명으로 불면증 환자라면 세계정상급이라는 멘트도 놓치지 않는다.

1-7. 알렉스에게 방문하기

신년파티는 헨리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행사였을 것이다. 수많은 문자들, 그리고 전화까지.
어쩌면, 어쩌면 이라는 소망을 품고 도착한 파티장.
알렉스를 바라보는 그의 눈이 빛나고 입가에 미소가,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1-8. 입맞춤

헨리의 간접고백이 도통 전달되지 않자, 헨리는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알렉스에게 입을 맞춘다. 그토록 원하던 일이 일어났지만 이내 두어번 입을 맞추고는 스스로 깜짝 놀란다.
자신과 키스한 알렉스를 마주하곤 일어나면 안될 일이라도 본 듯 크게 잘못된 표정을 짓는다.

레드룸에서 알렉스의 선키스 후 헨리는 급하게 입을 뗀다.
이럴 수가 없다. 자신이 한 키스는 예정에 없었다. 그리고 알렉스에게 키스를 받는 것도 예정에 없었다.
아니, 애초에 자신은 그럴 자격이 없었다. 하지만 헨리를 바라보는 알렉스가 바로 앞에 서있고 알렉스는 헨리에게 키스하고 싶어한다. 헨리가 원하던 게 실현되었다. 급하게 다시 알렉스에게 입을 맞추는 헨리.

1-9. 기사 찾아보기

헨리는 알렉스와의 관계를 일방적으로 끊고도 기사로 계속해서 그의 소식을 접한다.

1-10. 끊임없는 웃음

알렉스가 헨리의 궁에 방문한 뒤, 피아노도 치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둘.

그런 알렉스가 헨리 옆에 앉자 그때부터 헨리는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헨리의 발그레진 볼과 빨개진 귀는 알렉스를 빤히 바라보는 그의 설렘과 행복을 드러낸다.

둘 사이는 겨우 몇 센티미터 정도에 불과하다. 

2. 공간의 폐쇄에서 드러나는 진실

2-1. 공개된 행사 vs 폐쇄된 청소도구함

공개된 행사에서 헨리는 알렉스를 본 체도 하지 않으며, 그를 무시하는 발언을 일삼는다.
공개될 사진을 찍는 자리에서 헨리는 알렉스를 은근히 비꼬며 강하게 악수할 손을 잡아채거나 깔창 등을 언급하는 등 자신이 우월하다는 느낌을 주려고 한다.
하지만 폐쇄된 청소도구함에서 헨리는 더이상 가면을 쓰지 않아도 됨을 깨닫는다.
그리고 알렉스에게 처음으로 애정을 드러낸다.

2-2. 모두와 함께하는 신년파티 vs 둘뿐인 나무 밑

신년파티에서 알렉스를 독차지하는 건 어렵다.
실컷 웃으며 그와의 순간을 만끽하려는 찰나, 헨리는 알렉스에게 접근하는 여자들을 막을 자격이 없다.
눈앞에서 그를 놓친다. 놓치고 또 놓친다.
마음을 다잡는다.
알렉스와 둘만 있는 순간, 금방이라도 고백이 터질 것 같다.
혼란스러움이 가중된다. 공개된 장소에서 더이상 마음을 억누르기가 어렵다.
몇 번이고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혹시 어쩌면'과 '아니 내가 어떻게' 사이에서 단념하길 반복한다.
가면을 다시 써보려고 연신 웃으려는데 어째 잘 되질 않는다.

눈이 수북이 쌓인 나무 밑에서 헨리는 이제 진실을 말할 준비가 되었다.
아니, 말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다.
알렉스도 알아야 한다. 헨리가 간접적으로 표현하던 모든 힌트는 하나도 전달이 되지 않았다.
이 충격적인 사실, 그리고 신년파티에서 느꼈던 실망감과 분노, 질투심이 한데 모여 헨리가 비로소 진실을 말하게끔 한다.
헨리의 진실은 마주보지 않고 진행된다. 나무를 바라보는 헨리를 바라보는 알렉스.
헨리는 이 커다란 진실을 돌려돌려 말해보지만 둘만의 공간이라도 서로 마주보지 않는다면 진실은 영 전달되기 힘들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한 순간, 헨리는 눈을 질끈 감고 진실을 마주보기로 한다.

2-3. 공식적인 PM디너 vs 사적인 레드룸

PM디너에서 알렉스는 도통 헨리에게 다가갈 수 없다. 에이미의 도움을 받아 레드룸으로 헨리를 유인하는 것까지 성공.
둘뿐인 레드룸에서 헨리는 그동안 쌓아온 친밀함이 무용지물이 될까봐 들어오자마자 걱정 한가득인 표정을 짓는다.
알렉스를 보자마자 헨리의 얼굴엔 화색이 돌지만 그뿐, 헨리는 알렉스가 자신을 다시 이전처럼, 아니 이전보다 더 혐오할까봐 걱정된다.
그런 그에게 대뜸 키스하는 알렉스. 레드룸에서 더이상 헨리가 물러날 곳도, 이유도 없다.
하지만 알렉스가 되려 자신에게 키스해줄 거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그 충격이 고스란히 헨리에게 전달된다.
너무 큰 기쁨은 너무 큰 고통과 구별되기 힘들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사랑인만큼 헨리는 절대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싶다.
짧은 재회를 마친 둘은 PM디너룸에 와서도 이제 서로의 진심을 공유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농담이라는 포맷 하에 주고받는 애정표현들.

2-3-1. 알렉스의 방

자정무렵 헨리가 알렉스에게 방문한다.
장난섞인 멘트를 하며 문을 닫는 알렉스에게 신속하고 정확하게 들어와 키스하는 헨리.
이 모든 것을 아주 오래 기다린 듯한 느낌이다.
헨리의 행동도 이전과 비교해 더욱 적극성을 띤다.
먼저 키스하고 알렉스를 소파로 밀친 뒤 다급하게 그를 더듬는다.

먼저 사랑하지 말라고 당부한 헨리지만 알렉스의 이죽거리는 표정을 보니
살짝 억울하면서도 오해할까봐 걱정이 된다. '전하'로 명칭을 교정해주고 알렉스를 밀어 다시 입을 맞춘다.
알렉스가 자신을 사랑하면 안되는 이유는 많다.
사랑이 자신을 보는 순간 그 사랑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기에, 헨리는 사랑이 자신을 보지 말기를 기원한다.
하지만 여전히 알렉스를 거절하긴 어렵다. 바로 옆에 있는 그에게 입맞춤을 한 뒤, 자신의 사랑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이 사랑이 들키기 전에 이내 자리를 뜨는 게 맞다. 적어도 헨리는 그렇게 생각했다.
한 걸음씩 내딛는 게 여간 무거운 게 아니다.

헨리도 어떻게 해서든 다음 만남을 약속하고 싶다. 당장 떠오르는 퍼시의 폴로경기를 제안한다.
어찌저찌 알렉스의 확답을 받고 만족스러운 발걸음으로 나가는 헨리.
문을 열고 밖을 확인하더니 마지막으로 알렉스를 바라본다. 몇 초간 응시하며 입가에 미소를 띠다 나가는 헨리.

2-4. 폴로게임 탈의실

확실한 사적공간일수록 헨리는 더욱 적극적으로 알렉스에게 다가간다.

벽으로 밀쳐 키스를 하고 간이상자 위에 올라가 알렉스의 BJ을 받는다.

격한 경기를 마친 상태에서 후끈거리는 분위기를 연출한 것은, 그만큼 헨리가 알렉스에게 열정적으로 자신의 사랑을 표현함을 의미한다.

2-5. 파리 커피숍 그리고 공원

알렉스는 커피숍에서 처음으로 헨리에게 궁금한 점을 묻는다.

너도 성이 있어?

 

한번 꼴린 상대로서가 아니라 왕자라는 존재,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한 첫 질문이다.

헨리 신상털기는 공원 산책에서도 계속된다.

2-6. 파리 호텔룸

헨리는 알렉스와 자고 싶다. 최대한 자신의 신분이 이 사랑을 조여오기 전까지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싶다.

경험이 부족한 알렉스가 긴장하자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준다.

 

헨리가 옷을 먼저 벗고 알렉스의 벗은 몸을 팔뚝부터 가슴께까지 살며시 만져보기도 한다.

침대에 누워 알렉스의 등으로 손을 가져다 대고 안으로 들어올 타이밍을 안내한다.

긴장했지만 굳이 내색하지 않으려는 알렉스. 헨리는 최대한 모든 것을 느끼려고 한다.

2-7. 미국 호텔룸

헨리는 제법 용기있어졌다. 직접 영국에서 미국으로 깜짝 방문을 하기도 한다.

약간의 '속임수'를 썼다고 농담까지 던진다.

지금 이순간 가장 대단한 일을 하는 알렉스를 한시라도 빨리 보고 싶다.

 

메일 속 외설표현에서 보여준 것처럼 헨리는 알렉스의 모든 것을 그리워했다.

방문을 열자마자 참았다는 듯 알렉스에게 다급하게 직진하는 헨리.

서로 옷을 벗겨주는 동안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헨리는 입이 귀에 걸렸다.

2-8. 헨리의 방

알렉스가 이별통보를 직접 해야만 떠날거라고 말하자 헨리는 결국 사랑 단식을 포기한다.

자신의 입으로는 알렉스에게 떠나라고 말할 수 없다.

알렉스를 내내 등지고 있었던 헨리는 눈을 잠시 감더니 눈물범벅인 얼굴로 돌아선다.

희미하게 헨리의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뜨며 알렉스에게 말해준다.

"너에게 보여주고 싶은 곳이 있어"

 

헨리는 왕실 안에서 밖으로 알렉스를 데리고 나간다.

2-9. 심야의 박물관 관람

둘은 불이 다 꺼진 박물관에서 그리스 남동상들을 관람한다.

헨리의 나레이션이 진행된다.

'밤에 박물관에 오면 아무도 널 구경하거나 사진을 찍으려고 하지 않지.'

그리고 알렉스를 앞서가며 말한다.

"어렸을 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여기 데려오는 걸 꿈꿨어. 그리고 그 사람이 여길 나만큼 좋아하길.

이 동상들 속에서 춤추고 싶었지. 그냥 바보같은 어릴적 공상이었지만."

 

그런 헨리의 꿈을 실현시켜주는 알렉스.

Why not?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틀고 두 팔로 헨리에게 권유해본다.

그런 알렉스에게 다가가는 헨리.

쑥쓰러워하는 헨리의 팔을 자신의 어깨에 올려준다.

 

알렉스를 안고 있는 헨리는 믿겨지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가만히 알렉스에게 고개를 묻고 감촉을 느껴본다.

조심스레 팔을 뻗어 그의 등을, 머리를 감싸안는다.

옆얼굴을 알렉스에게 부드럽게 부벼본다.

2-10. 사적인 공간으로의 초대 매개체 : 열쇠

헨리는 영화 초장부터 알렉스의 열쇠를 탐낸다. 

알렉스의 집으로 들어가는 수단인 열쇠를 보며 문득 자신이 누군가의 사적인 공간으로 들어가는 열쇠가 없다는 것을 상기한다. 

 

둘의 사랑이 일방적으로 중단되기 직전, 헨리는 백기를 든다.

자신만의 공간으로 알렉스를 데려가며 궁 안에서 밖으로 나갈 때 숨겨둔 열쇠를 사용한다.

알렉스를 '먼저' 자신의 사적인 공간으로 초대한다.

헨리가 자신의 사적인 공간으로 알렉스를 데려가는 모든 과정은 일반적으로 절대 일어날 수 없는 행위이다.

'들어갈 수 없는' 곳으로부터 알렉스와 함께 나오고, '운영시간이 끝난' 박물관에 알렉스와 함께 방문한다.

 

헨리의 사적인 공간은 가는 방법부터 그야말로 절대 사적인 공간이다.

 

알렉스는 왕실에서의 성공적인 재회 이후 자신의 증표로 집 열쇠를 헨리에게 준다.

그토록 받고 싶었던 알렉스의 열쇠 획득에 성공한 헨리.

이제 둘은 서로의 사적인 공간에 모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엄마의 성공적인 재선 이후 알렉스는 헨리에게 자신의 집 열쇠를 갖고 있냐고 묻는다.

밤새 달려 도착한 오스틴 집. 헨리는 무사히 알렉스의 사적인 공간으로 입성한다.

3. 헨리의 화법 : 간접적으로 사랑을 표현하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홧김에 한 키스에도
오히려 연락두절, 미안하다는 말이나 중얼거리는 헨리는 부정확하다.
헨리의 마음은 항상 알렉스 주변에 흩뿌려지는 에어브러시다.
알렉스는 헨리에게 정확히 조준하는 총이다.
헨리의 마음이 에어브러시인 만큼 알렉스는 이미 그에게 충분히 젖었다.
진한 키스로 알렉스도 은연중에 느꼈던 헨리의 혐오감이 알고보니 사랑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바로 헨리를 조준하기 시작.

3-1. 사랑의 크기에 반비례하는 표현

사랑의 크기가 클수록 표현은 거칠고 두루뭉술하다.
때론 정반대 방향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병원 총기소동 이후
알렉스 : 살아남았네, 우리.
헨리 : 그말인 즉슨 우린 더이상 볼 필요가 없다는 거지.
(중략)
알렉스 : 대부분은 신년파티에 죽도록 초대되고 싶어하던데.
헨리 : 잘됐네. 날 죽이면 갈 필요 없겠어.

 

#칠면조 새벽통화
알렉스 : 나한테 의외였던 적 있어?
헨리 : (알렉스를 뚫어지게 바라보다 이내 눈길을 돌리며) 아니, 내가 생각했던 대로 넌 끔찍한 놈이지.

 

#알렉스의 방
헨리 : 혹시 몰라 말해두는데, 이걸로 우리 사이가 변하는 건 아니야.
(중략)
물론 가벼운 관계로만 남는게 좋겠어.
알렉스 : 음, 당연하지. 보는 눈이 많으니까.
헨리 : 네가 날 사랑하면 곤란해지거든.
알렉스 : (어이없다는 표정, 웃으며) 아주 잘나셨네요, 폐하.

3-2. 헨리의 첫 고백 이야기

알렉스가 뒷걸음질치다 또 헨리의 마음을 밟았다.

알렉스 : 내가 뭐 잘못한 거라도 있어?
헨리 : (침묵하다) 혹시 네가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되고 싶은 게 있었어?
알렉스 : 내가 평범한 노동자 계급 출신이었지. 그러다 엄마가 대통령이 됐고.

헨리는 알렉스가 그와는 전혀 다른 위치라는 것을 실감한다.
둘의 격차를, 현실을 자각한 헨리는 고백을 미룬다.
아득히 먼 둘의 거리를 좁히지 못할 것 같은 헨리에게 알렉스가 묻는다.

넌 되고 싶은 게 뭔데?

 

잠시 상상이지만 작가를 꿈꾸며 행복해하는 헨리. 파리에 사는 작가, 그리고...
숨겨왔던 첫 고백.

헨리 : 데이트도 더 많이 할거야.

그런 헨리에게 장난섞인 알렉스의 가벼운 코멘트가 자극제가 된다.

알렉스 : 왕자님이 여간 데이트가 쉽지 않으셔요.

헨리의 1차 간접고백은 전혀 수신자에게 전달되지 못한다. 당황한 헨리는 연신 눈을 깜박이며 2차 표현을 전달한다.

헨리 : 내가 데이트하는 사람은 관심이 안가고 내가 관심있는 사람은 데이트하기 어려워.

2차 표현 또한 전혀 전달되지 못한다. 알렉스는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대답을 한다.
망연자실한 헨리는 이제 남은 방법은 1개밖에 없음을 직감한다.
직접적으로 그의 사랑을 보여주는 것.

3-3. 헨리의 공식적인 표현

#데이트 신청
헨리 : 다음 달에 윈저궁에서 자선 폴로 경기가 있는데, 퍼시가 주관하는 거야.
어, 그러니까 혹시, (멋쩍게 웃으며) 괜찮으면 내 손님으로 와도 돼.
알렉스 : 앗, 근데 나 폴로 못해.
헨리 : (그 사실까지 확인하지 못했다는 듯) 이런. 어, 괜찮아. 어차피 넌 경기 안해도 돼.
(마지못해) 내가 할거거든. 넌 그냥 옆에서 보기만 하면 돼.
알렉스 : (웃으며) 좋네. 그 편이 낫겠어.

 

#사랑보다 국가

헨리 : 왕자는 영국이라는 나라에 소속된 사람이야. 헨리 폭스라는 사람은 겨우 자신에게만 소속될 수 있지.

          그게 아니면, 그저 없어질 존재거든.

알렉스 : 다른 사람에게 속할 순 없는거야?

헨리 : (잠시 바라보더니) 일시적으로만.

 

#섹스 신청

헨리 : 오늘 밤에 사랑을 나누는 건 어때.

알렉스 : (방금 들은 말이 맞는지 다소 놀라며) 어... 그러자.

              (배시시 웃으며) 아니 근데 누가 요즘 그렇게 표현해.

              우리 뭐 라나 델 레이 노래라도 들을 거야?

헨리 : (눈알을 굴리며) 그래, 잘 알겠어.

 

#응원하기

헨리-> 어떻게 이메일을 적어야 할 지 모르겠어. 그저..(선거운동을 하는) 넌 굉장해.

          그리고 우리가 떨어져 있어도 너의 몸을 꿈꿀 수 있는 거 알아? 

          내게 닿던 너의 살결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그럴 때마다 뼛속까지 아려와.

알렉스-> 헨리야.. 제발.

               여기서 엄마를 위해서 혼을 갈아넣는 중인데 이런 외설적인 내용으로 내 메일함을 더럽히는 건 곤란해. 

               날 타락시키지 마. 바지 불룩해져.

(중략)

헨리-> 포스팅하는 사진을 보니까 정말 한번 가고 싶어.

알렉스-> 좋았어! 지금 막 너도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 보여주고 싶은 게 많아.

(중략)

헨리-> 바로 가고 싶지만, 의무를 다해야 되네. 리본 커팅 같은 행사에 참석하는 거 이제 너무 지겨워.

            넌 지금 이순간에 세상을 바꾸고 있는데 말이야. 빌어먹을 노릇이지.

            네가 보고싶어.

 

#이성과 감성_제인 오스틴

헨리-> 오스틴의 이성과 감성에 이런 구절이 있어.

            "우리는 말이나 생각보다 행동으로 자신을 정의한다."

            네가 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해.

3-4. 이별하기

헨리 : 너무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었어. 알렉스에게 상처주고 싶지 않았어.

(중략)

배아 : 알렉스를 사랑해?

헨리 : 그런다고 뭐가 달라져.

잠시 울먹이는 헨리.

3-5. 더이상 끝내주는 왕자님은 아니지만

헨리는 예상했지만 더 가혹한 주변의 싸늘한 반응에 사실 굉장히 힘들다고 말한다.

모두가 자신을 싫어하는 것 같은 기분.

사람들은 그저 자신이 표방하는 '상징'에 열광했다는 것을.

헨리의 현실을 알게 된 그들이 신경쓰인다.

 

하지만 헨리는 대신 알렉스를 얻었다.

"네 연설은 아름다웠어"

4. 알렉스의 행동 :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쌔끈남

청소도구함에서 최초로 헨리가 접촉을 시도했지만 정석 알파남에게 어필은 무리다.
알렉스는 전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헨리의 첫 문자를 조금 기분나쁘게 생각하는 알렉스.
개그코드가 맞아 받아쳐주지만 아직 헨리가 무슨 생각인지 알 생각조차 없다.

헨리에게 궁금한 게 별로 없는 알렉스는 전화통화에서 헨리의 서민적인 면을 알게 되고 의외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알렉스에겐 엄마의 재선 캠페인 전략을 자흐라에게 열띠게 영업하는 것이 헨리를 신년파티에 초대하는 것보다 우선이다.
"걔 실체를 알면 초대하지 않을걸요~" 라고 코멘트하는 알렉스에게 헨리는 그저 하나의 전략일뿐.

4-1. 겉으로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닌 순간들

# 헨리의 강아지 '데이비드' 보위
알렉스는 헨리네 강아지 이름이자 웬 사람 이름인 데이비드는 '데이비드 보위'에서 따온 걸 알게 된다.
뻔하고 이상하다고 생각한 것이 알고보니 뒤에 숨겨진 의미가 있음을 은연중에 깨닫게 된 알렉스.
겉으로 보이는 것만 바라보던 알렉스가 묻는다.

나한테 의외였던 적 있어?

 

# 신년파티의 헨무룩 사건1
알렉스와 같이 있을 때 곧잘 얘기하던 헨리는 도통 파티의 떠들썩한 분위기에 녹아들지 않는다.
시무룩한 헨리를 보고 알렉스는 묻는다.
"춤 안춰?"
안배웠다고 하는 헨리에게 직접 허리까지 잡고 돌리면서 걍 하면 된다고 말하는 알렉스.
이내 손목까지 끌고 릴존의 Get Low 명곡은 무조건 춤춰야 한다며 무대로 데뷔시킨다.

 

# 신년파티의 헨무룩 사건2
신년 카운트다운 이후 언제나 그렇듯 행복한 기분에 둘러쌓인 알렉스.
'여자들과 신년맞이 가벼운 키스 정도는 누구나 하는 거지'
그저 행복한 알렉스 눈 앞에서 헨리는 상처받은 표정으로 자리를 황급히 뜬다.
그를 불러보지만 멀어질 뿐이다.

4-2. 알렉스 인생 역대급 충격고백

신년파티에서 당췌 이유불문 사라진 헨리를 찾으러 밖으로 나온 알렉스.
뭐하냐고 묻는 그에게 잠깐 바람 좀 쐰다고 말하는 헨리.
왠지 지금 이순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런 낯선 헨리가 이해가 안되지만 눈치제로 알렉스는 알 길이 없으므로 그냥 물어본다.

내가 뭐 잘못했어?

 

헨리의 눈시울이 붉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처럼.
헨리의 물음은 아리송하다. 헨리의 대답도 알듯 말듯하다.
헨리의 표정이 보이지 않으니 그가 원하는 답이 뭔지 알 방법도 없다.

너 정말 눈치가 없어.

 

이 한마디 이후 뒤돌아 알렉스에게 냅다 입맞춤하는 헨리가 당황스럽다.
무슨 일인가 싶지만 키스는 키스다.
찰나를 즐기는 순간, 갑자기 입을 황급히 떼고 큰일이라도 난듯 자신을 쳐다보곤 떠나는 헨리.
방금 일어난 일은 그러니까 알렉스에게 확실히 고백이다.
어쩌다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저 헨리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그도 안다.
역대급 충격고백 사건 이후 알렉스는 헨리라는 존재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4-3. 사랑을 공개하는 건 어렵지 않아

파리의 공원에서 헨리의 태생적 한계를 듣고 깊이 공감하는 알렉스.

손을 잡아주려고 하지만 헨리는 급하게 몸을 추스른다.

그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행동 하나하나가 큰 의미가 될 수 있음을 느낀 알렉스의 얼굴에 근심이 서린다.

4-4.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사랑과 국가

대통령 아들이 아니었으면 한 적이 있냐는 헨리의 물음에 코를 찡긋대며 더 도울 게 있으면 한다는 알렉스.

현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눈앞에 닥친 엄마의 재선. 

그런 알렉스에게서 헨리는 정치란 자발적일 수도 있음을 생각해본다.

타인을 돕는 데 헌신하는 삶, 내가 하는 일이 다른 사람의 삶에 큰 파장을 주는 것임을 아는 삶

그리고 그것이 알렉스 삶의 최종적 목표임을.

 

과연 정치는 삶을 변화시키는 걸까. 때때로 드는 사회시스템에 대한 의문을 물어보는 헨리.

알렉스는 하나의 성공적인 표상으로 존재하고 싶음을, 그리고 그 중요성을 안다. 

권력은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다. 투쟁의 댓가로서 얻어낸 것임을, 헨리는 문득 상기해본다.

 

왕자로 태어났기에 이행해야 하는 의무를 단지 수행할 뿐인 헨리와는 다르다.

그리고 헨리의 최종적 목표는 알렉스다. 

헨리의 최종목표의 최종목표가 정치라면, 오랜 투쟁으로 일궈낸 권력은 어쩌면 너무 당연하게도 정성을 다해 가꿔나가야 하는 의무이자 자산일 것이다. 헨리 또한 알렉스를 지켜나갈 것이다. 자신이 치열하게 노력하고 싸워서 일궈낸 결과이므로.

그런 최종목표의 어깨에 살포시 선언의 키스를 얹는다.

4-5. 이상주의자

알렉스의 엄마는 재선에서 텍사스가 아니라 러스트벨트를 공략해야 한다며 이제 현실주의자가 되길 주문한다.

하지만 알렉스는 정치가 이상주의자들에 의해 움직인다고 생각한다.

27살에 정치계에 입문한 엄마에게 정치란 자신이 현실주의자가 됨으로써 국민들이 이상주의자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

 

현실을 순응할수 밖에 없는 헨리가, 어쩌면 맞는지도 모른다.

알렉스는 아직 순진한 이상주의자일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을 깨달은 이상주의자에게는 오직 더 넓은 가능성만이 펼쳐질 뿐이다.

현실의 고됨을 충분히 안다면 그 세계를 이상주의자들이 살아갈 수 있게 바꾸는 것은 오직 한때 이상주의자였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에.

 

그리고 현실주의와 이상주의는 언제든 천천히 교차될 수 있다.

지금은 현실주의자인 엄마에게, 이상주의자인 알렉스의 텍사스 전략은 확실히 먹히는 구석이 있다.

4-6. 극한 현실로 뛰어드는 넌 굉장해

헨리의 정확한 워딩으론 'incredible'.

알렉스는 현실과 떼려야뗄 수 없다. 이상주의를 현실에 엮는 근면성실 작업자다.

엄마가 미대륙에 심은 비전은 바로 당신이 주인공이라는 것.

'당신의 희망과 가치, 미래'

그리고 그 당신은 알렉스 본인도 물론 포함이다.

5. 알렉스의 화법 : 직접적으로 사랑을 바라보기

알렉스가 원하는 건 헨리도 정확하게 그를 바라보는 것.
하지만 천천히 그의 주변에 맴도는 헨리는 정확히 타겟팅하는 법을 모른다.
아니, 알고 싶지 않다.
정확히 알렉스를 타겟팅 했다가는 그가 도망가버릴 지 모른다.
그의 오래된, 엄청나게 거대한 사랑의 실체를 드러냈다가는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른다.
알렉스가 그를 봐줄 때까지 키워온 괴물같은 존재.
정확히 그를 보고 있지만 자신의 사랑을 보게끔 할 자신이 없다.
대신 알렉스의 모든 면을 충분히 느껴본다.
알렉스의 살결부터 피부, 머릿결을 쓰다듬는 감촉. 눈, 길고 가는 속눈썹. 살짝 고르지 못한 치열.
싱긋 웃는 미소. 표정 하나 하나. 웃을 때 접히는 주름.
갓난아이처럼 웃음이 자동적으로 번진다.

5-1. 왕자님이 사랑한다면 땡큐입니다.. 하지만 왜요?

충격키스사건 이후 알렉스는 어찌됐든 그 사건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한다.
도도하고 우월감을 느끼던 싹바가지가 알렉스를 좋아한다라. 말마따나 재밌는 일이다.
헨리가 '키스같은 것'을 했다고 했을 때 노라가 그럴 줄 알았다고 반응하는 거나
헨리가 '약간 게이같은' 게 아니라 '레이디가가 찐팬 게이' 같다고 노라가 평하는 거나
모두 정확하게 헨리의 행동을 뒷받침한다.
헨리의 키스가 기분나쁘진 않았지만 다소 놀라웠다는 알렉스에게, 노라가 무의식을 대변해준다.

너 지금까지 계속 걔랑 자고싶어 했잖아.

 

격하게 부정하는 알렉스에게 노라는 추가설명을 해준다.
1. 헨리에게 오랫동안 집착한 것
2. 몇 달동안 헨리와 장거리 문자 플러팅을 한 것
3. 신년파티에서 솔직히 쭉빵미녀들 다 무시하고 헨리와 대화한 것

하지만 알렉스는 자신이 그 정도로 헨리를 사랑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애초에 이런 일들이 왜 생겼는지도 잘 모르겠다.
알렉스가 남자를 좋아할 수도 있지만 어쩌다 헨리가 그 대상이 된 건지 의문이다.
두 번 정도 남자와 관계가 있었지만 알렉스는 사람이라면 일시적으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확히는 알렉스는 헨리라는 주제가 혼란스럽다. 서로 꼴려서 홧김에 일어난 일이 아니다.
헨리의 키스소동은 쌍방이 아니라 일방적이었다.
그리고 알렉스는 짐작건대 그것보다 더 많은 일이 일어날 것임을 직감한다. 그래서 혼란스럽다.
왕자가 키스한 자신이 집착한 왕자님. 게다가 지금까지 둘은 유사연애를 하고 있었다고?
알렉스조차 이런 일이 처음이라 당황스러울 뿐이다.

5-2. "헨리랑 얘기 좀 해야 돼요"

알렉스는 충격키스사건을 이해해보려고 한다. PM디너에 오는 헨리에게서 해답을 찾아보겠다고 결심한다.
바로 에이미에게 달려가 도움을 요청하고 레드룸으로 헨리를 불러내는데 성공한다.
헨리에게 알렉스는 원래 계획했던 키스로 해야될 말을 완벽하게 전달한다.
짧은 교감을 나눈 뒤 알렉스는 PM디너에서 오늘 계획에 대해 말해준다.
남은 시간 동안 아주 멀리 떨어져 있을 것. 자정에 자신의 방으로 올 것. 그리고 오늘 아주 나쁜 짓을 할 예정이라는 것까지.
모든 메시지가 명료하고 간단하다.

5-3. 언제부터인거지?

격하게 자신에게 달려드는 헨리에게 궁금한 점이 생긴 알렉스.
언제부터 였을까?
알렉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헨리는 답을 한다.

알렉스 : 언제부터 나를..
헨리 : 좋아했냐고?
알렉스 : 응
헨리 : 멜버른 기후 회의 첫날 밤부터.
알렉스 : 정말 그날 뭐가 많았네.
(중략)
날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헨리 : 네가 너무 멋있어서 싫었어.

5-4. 일단 모르겠고 '우리지금만나 당장만나'

헨리와의 짧고 뜨거운 재회가 끝나고 다음이 궁금해진 알렉스.
무턱대고 아무 말이나 해보려는데 때마침 헨리도 입을 뗀다.

헨리가 제안한 폴로경기. 하지만 알렉스는 폴로를 해본 적이 없다.
정직하게 못한다고 말하는 알렉스 ^^ㅋ.

5-5. 왕자와 사귄다는 의미

알렉스는 왕자님도 성씨를 갖고 있는지 궁금해한다.

이제야 헨리라는 '왕자'가 불현듯 각인이 된다.

왕자라면 확실히 어떤 제약사항들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제3자가 왕자를 보듯, 대상화해보는 알렉스.

그리고 실제로도 인상을 찌푸릴 정도의 압력을 간접적으로 느낀다.

그거 참 개소리네

 

왕자님이 받는 압박감은 알렉스에게 한낱 개소리일뿐이다.

하지만 그 압박은 헨리에겐 의무이자 본능이다.

깊은 미간주름이 진 알렉스.

 

첫 섹스에서 알렉스는 말한다.

널 완전히 잘못 생각했어.

 

그러자 헨리는 모두가 그런다고 답한다.

둘의 마주치는 눈. 그리고 헨리는 알렉스에게 당장이라도 입을 맞추고 싶은 표정이다.

부드럽게 헨리의 입술을 감싸는 알렉스. 오해를 따스한 애정으로 덮어본다.

5-6. 절벽에서 뛰어내리기

알렉스의 아빠가 말해준다.

'어떨 땐 그냥 뛰어내려야 될 때도 있어. 절벽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야.'

어젯밤 가라오케에서 헨리에게 느꼈던 사랑을 발화해보기로, 알렉스는 결심한다.

 

스리슬쩍 제법 귀여운 말투로 뜸을 들이는 알렉스.

오스틴에서 헨리와 당당하게 사귀고 싶은 마음을 드러내본다.

자신의 모든 걸 헨리에게 주겠다는 알렉스는, 지금 절벽에서 뛰어내린 걸지도 모른다.

"이런 걸 느낀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내 가슴에 묶인 줄이 너에게 계속 당겨지는 느낌이야"

"이 마음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아"

5-7. 적어도 답이라도 알 수 있잖아

헨리와의 아묻따 연락두절 이후 노라는 런던으로 가보라고 조언한다.

자신을 만나주지 않으면 어떡하냐는 물음에 알렉스를 딱하게 쳐다보며 말하는 노라.

"적어도 답이라도 알 수 있잖아"

 

매몰차게 자신을 대하는 헨리에게 말한다.

알렉스 : 내가 뭘 어떻게 생각했어야 햇는데? 나랑 말도 안하잖아.

              난 여기 너랑 같은 편이 되려고 온거야.

헨리 : 그게 별 손해가 아니니까. 

알렉스 : 이번 주 내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한 마디도 없이 사라져서 미치는 줄 알았어.

              바다 건너 성까지 들이닥친 이유는 널 사랑한다고 말해주기 위해서야. 

              네가 같은 맘이 아녀도 말이지.

              그래서 헨리, 틀렸어. 이건 나한테 전부인 일이야. 그리고 우리 끝났으면 왜 그런진 알아야겠어.

(중략)

헨리 : 난 충동적으로 살 수 없어. 내 곁엔 날 사랑해주고 지지해주는 가족이 없거든.

          몇 세기에 걸친 역사가 날 짓누르거든. 내 인생은 왕실이고 넌 정치지.

          결국 똑같이 감옥이야. 

          널 사랑할 수 있겠지. 그리고 욕망할 수도. 하지만 그런 인생을 원하지 않아.

          내게 허가되어야 하거든. 그리고 이런다고 내가 거짓말쟁이가 되는 건 아니야.

          그저 극소량의 자기보호정도가 허용된 사람이 될 뿐이지. 

          이런 내게 와서 겁쟁이라고 하지마.

알렉스 : 내가 언제 그랬어. 우리만의 방식으로 사랑할 방법을 찾아보면 되잖아.

헨리 : (침울한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며)그런 방법 없는 거 알잖아.

알렉스 : (단념한듯이) 알겠어. 떠날게. 이 성에서 네 마음이나 지키면서 오래오래 살아. 물론 아무 알도 안 일어나겠지.

              그치만 헨리, 아무 일도 안 일어날거야.

헨리는 눈을 질끈 감고 눈물을 흘린다.

알렉스 : 그러니까 내가 가기 원하면 말해 떠나라고. 

헨리 : (충혈된 눈으로 고개를 저으며) 제발.. 그러지마.

알렉스 : 그게 유일한 방법이야. 왜냐면 너랑 만든 행복이 이제 더이상 가능성이 없어야지만 떠날거거든. 

(중략)

헨리 : 잠깐만.

5-8. 공식 입장 : 왕자님을 사랑합니다.

알렉스의 공식 입장은 사랑은 당사자가 공개하고 싶을 때 공개되어야 한다는 것.

자신은 그저 어떤 사람과 사랑에 빠졌고 그게  한 남자였다는 것, 어느 왕자였다는 것.

자신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삶을 믿을 수 없게 더 좋게 만들어줬다는 것.

그리고 그 왕자님을 사랑한다는 것까지.

6. 사랑과 장난

막 싹튼 사랑은 장난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알렉스가 보여주는 사랑은 막 싹을 틔운 새싹이다.
무럭무럭 자라고 싶은 마음에 수시로 장난을 친다.
하지만 이미 다 자란 헨리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이미 몇년간을 꽃이 피고 졌다.
알렉스의 장난이 슬슬 짜증이 난다.
지나온 시간만큼 여물고 여물었다.
알렉스에게 자신의 거대한 사랑을 조금씩 터뜨리려고 하면 장난질..
급기야 알렉스는 가장 진정성 있게 임해야 하는 첫 섹스의 순간에서도
라나델레이 드립을 쳐버린다. ㅎ
섹스라는 적나라한 단어조차 입에 올리지 못하는 왕자님이 눈짓할 정도로 못말리는 장난.
알렉스의 사랑과 헨리의 사랑의 나이차가 존재한다.

7. 성장하는 사랑이 그리는 미래 : 영원

사랑은 성장하고 헨리가 그토록 원하고 두려워하던 일이 실현되고 말았다.
어린애같았던 알렉스가 영원을 약속하고 싶어한다.

알렉스네 별장에 놀러온 헨리가 퀸의 Don't stop me now를 열창한다.

'초음속같이 대단한 너로 만들고 싶어' 

헨리의 손끝이 향하는 곳에 있는 알렉스. 헨리가 쏜 화살을 안전하게 캐치해준다.

 

엄마에게 아직 그 정도로 헌신할 사이가 아니라고 했지만, 이 순간 알렉스는 느낀다.

헨리에게 푹 빠진 자신을. 그리고 그 사랑을.

자신조차 머쓱할 정도다.

 

헨리와의 미래를 그려보기 시작한다.

엄마가 재선에 성공하면 이전보다 더 여유가 있어질 거고,

그런 알렉스는 다음 여름이면 헨리와 공개연애를 할 수도 있을 터.

 

모든 걸 주겠다는 알렉스의 고백에 헨리는 크게 당황한다.
불안정하게 크기만 키워댄 그의 사랑이 위태롭다.
영원이란 헨리에게 어려운 문제다.

여태껏 애써 무시하던 그의 신분이 다시금 그림자를 크게 드리운다.
제도와 사회 속에서 사랑을 '인정'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괴물처럼 키워온 헨리의 사랑은 인정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쓰러진다.
헨리는 자신의 사랑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
알렉스를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이 영원하기를 바란다.

이 사랑이 이뤄지지 않음으로써.

8. 더이상 날 사랑하지 않나요?

그래서 이별을 선고한다.
이번에도 이별을 암시만 하며.
이별의 흔적을 흩뿌린다.
어린 사랑은 이런 그를 이해하지 못한다.
직접적으로 조준한다.
'사랑'하지 않는 거냐고.
그 순간 헨리의 사랑이 무너진다.
알렉스가 헨리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다.
그 이유는 자신이 알렉스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명제는 성립될 수 없다.
절대로.
그렇기에 이별을 취소한다.
자신의 마음은 영원하기에, 그 영원을 의심받는 순간 헨리는 이 세상에 없다.

9. 사랑의 징표 : 영원을 약속하다

헨리는 알렉스를 바래다주며 자신의 반지를 준다.

"내 일부를 갖고 있으면 해. 내 모든 걸 갖기 전까지 말야."

반지는 알렉스의 손바닥에 놓이고 그 손을 헨리는 조심스레 감싸준다.

그런 헨리에게 흔쾌히 자신의 집 열쇠를 목에서 꺼내 건네주는 알렉스.

둘은 사랑을 상징하는 물건을 나눠갖는다.

10. 사랑해

알렉스는 헨리와의 극적인 화해 이후 떠나기 전 헨리와 포옹하며 속삭인다.

"사랑해. 네가 원하는 만큼 기다릴게."

헨리의 표정은 사랑의 무게만큼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알렉스의 진심에 잠시나마 웃음을 짓는 헨리.

일반적으로는 뽀뽀 한번 할 수도 있겠지만 안타깝게 아직 헨리는 안된다.

하지만 눈을 잠시 깔던 헨리는 알렉스에게 웃어준다.

굳건한 표정으로 알렉스를 바라보다 이내 그가 뒤돌아 비행기로 가자,

그때부터 헨리의 마음은 요동친다.

표정관리가 되지 않아 잠시 땅을 바라보다 등을 돌린다.

 

할아버지와의 마지막 대면 자리에서 헨리는 결국 알렉스를 택한다.

문 밖을 나가 국민들에게 인사하기 전, 눈물을 글썽이며 헨리가 말한다.

"사랑해"

알렉스는 답한다.

"내가 더"

그런 알렉스에게 입을 앙다물더니 말한다.

"그건 논의를 좀 해봐야될걸"

헨리는 손을 들어 알렉스의 측면을 쓰다듬고는 부드러운 입맞춤을 한다. 

11. 시련을 겪은 사랑에게는 경쾌한 음악을

알렉스 한정 디스패치 빙의한 미겔 라모스로 그들의 사랑이 동네방네 까발려지고 한차례 쓰나미를 겪은 둘.

이보다 더 큰 시련은 없겠지 라는 공감대를 형성한 알렉스와 헨리.

영국으로 찾아간 알렉스에게 헨리는 깜찍하게도 피아노 연주를 들려준다.

잘 연주하다가 양키 두들 멜로디를 집어넣는 헨리.

경쾌한 건반소리와 함께 둘은 입이 귀에 걸린다.

 

헨리에게 옆으로 좀 가보라며 같이 앉는 알렉스.

떠듬떠듬 미국의 비공식 국가를 쳐본다.

헨리 왕자님은 알렉스가 옆에 앉는 순간부터 귀가 빨개지고 입이 찢어지시는 중..뭔 곡을 치는지 따윈 관심 없다..

이 순간이 진짜인가 고개를 돌려 알렉스를 쳐다본다.

알렉스가 곁눈질을 하니 금세 고개를 돌려 집중하는 척 한다(뭐하세요).

12. 전통적인 사랑과 현대의 사랑이 교차하며

왕 : 헨리야, 아무도 네가 행복할 자격 없다고 한 게 아니잖니.

       (중략) 

       모든 이메일을 다 읽었단다, 헨리야.

       너희 둘이 사랑하는 건 진짜야. 좀 저속하지만.

       하지만 너의 최우선 순위는 사랑이 아니라 국가란다.

       전통적인 왕실 이미지를 유지하는 게 필수불가결이기 때문이지.

 

전통을 상징하는 할아버지는 헨리의 사랑 자체를 부정하는 건 아니다. 심지어 인정까지 한다.

하지만 왕자님은 그럴 수 없다고만 말한다.

토미로부터 무언가 전해들은 할아버지는 서둘러 켄싱턴 궁으로 돌아가라고 상황을 마무리한다.

그런 헨리에게 배아가 밖을 보라고 알려준다.

 

헨리 : 이제 수치스럽고 비밀스러운 왕자는 그만할래요. 

          오늘부터 세상은 누군가가 원하는 모습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저를 알게 될거예요.

왕 : 헨리야, 이게 정말 네가 원하는 바니? 지금 문을 열고 나가면 돌아올 수 없단다.

헨리 : 당연하죠.

 

알렉스를 바라보며 미소를 띄는 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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