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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0월의 한량 독서

1. 일본 직설(유민호 저, 정한 책방, 2016): 올해 나온 책인데 벼르고 있다가 마침내 완독. 후반부에 약간 거슬리는 부분을 제외한다면 꽤 읽을 만하다. 우리는 과연 일본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이 물음이 굉장히 크고 공허하게 느껴진다. 작가가 글을 쓰면서 우리는 바보일까...? 하핫하하핳ㅎㅎㅎ 이러고 쓴 게 아닐까 몹시 궁금해지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국은 일본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과연? 실상을 뜯어보면 우리가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닌지? 나 자신도 감정에 휩쓸리는 사람이긴 한데, 감정도 때를 가려서. 좋은 건, 부러운 건 다 이유가 있어서 탄생된 것. 강국 미국과 생존 일본을 현명하게 대하려면 감정 한국은 버려야 한다. 10년 후에도 우리는 케이팝의 환상에 젖어서 의기양양할 수 있을까? 준비 없는 미래, 현실을 부정하는 사회, 발전없는 우리들은.. 어쩌면 이미 낙오된 것일 수도. (9)

 

2. 멋진 사람들의 물건(이선배 저, 넥서스, 2015): 기분 좋은 구매, 품질 좋은 제품들을 여럿 소개하고 있다. 유용한 구매 팁도 많아서 정리하는 데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렸다. 책 자체도 물건이다 껄껄. 저자가 좋은 물건들을 많이, 그리고 노련하게 소개하는 것에 감탄. 훌륭한 소비, 훌륭한 제품이란 무엇인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 (9-10)

 

3. 빨강의 자서전(앤 카슨 저, 민승남 역, 한겨레 출판, 2016): 맙소사. 이 책도 번역이 되었다니. 처음엔 진심 반 농담 반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적절한 상상력과 드라마가 배합이 되어 훌륭한 로맨스가 되었다. 그리고 일단 책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기 때문에... 표지, 속지, 글자체, 물론 문장과 단어도. 미친 비유와 표현. 아름답다라고 말하기엔 그 풍요로운 글쓰기를 미처 다 표현해내지 못한다. 따옴표 없이 정신없는 문장들이 나열되는 것 같지만 마치 연극을 보는 것처럼 생생하다. 영상 매체와도 합이 좋을 것 같아 기대해보기로 한다. 그동안 딱딱한 글만 몰입해서 그런지 문학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글을 읽으니 마음이 따뜻해지는 게.. 흠... 나이스. (10)

 

4. 우리는 왜 이렇게 오래, 열심히 일하는가?(케이시 윅스 저, 제현주 역, 동녘 출판, 2016): 한번에 읽기에는 쉽지 않은 용어 사용이나 개념어들이 많다. 하지만 의미있는 논의를 이끌어가고 있고, 제법 충실한 내용을 소개한다. 왜 일을 열심히 해야 하는지에 대해 철학적이고 실천적인 시도들을 여럿 제시한다. 나 또한 이 책에서 어떤 희망적인 의미를 읽어내고 나서는 너무 감정에 깊이 휘둘리지 않는 게 좋겠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어쩌면 우리가 감정에 쉽게 흔들리는 것은, 차가운 이성으로 상황을 분석하는 것에 게을러서일 수도. 아무튼 인터넷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시간을 게을리 쓰는 것에 대한 죄의식 짤들을 재조명해야 될 필요가 있다. 굳이 일을 오래, 열심히 할 필요가 없을 수 있다는 논의는 21세기에 유효하고 필요하다. 남는 시간에 무엇을 할 것인가? 혹은 일을 하지 않으면 인간은 어떻게 되는가? 이러한 물음이 효과있는 금전적 지원과 함께 이뤄진다면(사실 이 부분이 읽으면서 가장 민감하고 궁금한 부분이었지만 경제적으로 자세한 설명은 되어있지 않음) 탈노동도 유토피아적 상상에서만 멈추지 않을 것이다. 영화나 책에서 구상하는 유토피아를 유심히 관찰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포기하지 말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공상을 적극적으로 참고하기. 그리고 일을 넘어선 삶을, 내 삶을 생각하기. 저성장의 시대에 의미심장한 책이다.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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