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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

루폴의 드랙 레이스 시즌 6 단상

 

 

드랙의 재미에 푹 빠질 수 있는 미국 TV 프로그램 '루폴의 드랙 레이스'

정신없이 지나가는 에피소드를 관통하는 것은 루폴의 유연하면서도 단단한 진행이다.

어느 하나도 무심하게 넘어가지 않고, 재치있는 말과 함께 모든 것을 신경 써주는 루폴의 모습은

존경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다.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지만 루폴의 눈빛에서 모든 참가자들을 향한 따뜻함과 사랑이 느껴진다.

서바이벌 프로에서 이만큼 참가자들을 사랑하는 진행자를 본 적이 있던가?

그만큼 드랙이라는 분야가 루폴에게도 참가자에게도 특별한 도전이고 인생이기 때문이라고 짐작해본다.

루폴의 드랙 레이스는 가벼운 웃음과 반짝이고 아름다운 메이크업, 그리고 환상적인 의상으로 아주 재미있지만 그 와중에 참가자들의 사연에 기꺼이 귀기울인다.

그들이 짧게 담아내는 어려움의 순간들-부모님과의 갈등, 따돌림의 기억, 용기를 내어 독립해야 했던 시절 등-은 흥미진진한 드랙 레이스의 쇼를 뒤로 하고 잠시 생각에 잠기게 한다.

이렇게 재미있고 환상적인 드랙 레이스에 참가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련을 겪었을까.

하지만 루폴은 이런 질문들에 심각하게 빠져있도록 하지 않는다. 언제까지나 유쾌하고 즐거운 웃음소리로 드랙 레이스를 시청하도록 흥미로운 미션들로 프로그램을 버무린다.

 

가장 인상깊게 본 에피소드는 시즌 6의 8화. 

자신감이 부족해 자기비하에 빠져있던 트리니티 K 보넷이 훌륭하게 쇼의 코미디 미션을 수행하고 난 후, 루폴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Trinity K. Bonet
So, Trinity, I'ma try to say this without getting emotional.
I'm so proud of you.
Based on what you've done in this competition before,
there seems to be a certain defeated energy that I've seen.
And I do the same thing myself,

and I have to...
[sighs]
I have to talk myself off that ledge.
What you've done is you have overcome your saboteur,
and I'm so proud to see it.
I'm so proud to see it.


트리니티 K 보넷
트리니티 최대한 침착하게 말할게요.
당신이 자랑스러워요.
그동안 여러 도전을 거치면서
항상 패배감이 느껴졌는데.

사실은 나도 그래요.
하지만...

[한숨]
패배감에서 벗어나라고 스스로 타이르죠.
당신은 오늘 패배감을 멋지게 극복했어요
정말 자랑스러워요.

정말 자랑스러워요.


그리고 항상 그렇듯이 루폴은 그만의 의식으로 에피소드를 마무리한다.

 

Now, remember.

If you can't love yourself, how in the hell you gonna love somebody else?
Can I get a amen in here?
Amen.

 

명심하세요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어떻게 남을 사랑하겠어요?
동의하면 '아멘'
'아멘'

 

 

물론 우리의 퀸 루폴은 다른 명대사도 남기셨다.

때가 됐어요.

인생을 걸고 립싱크를 할 시간이.

->FOR YOUR LIFE 부분을 항상 정말 인생이라도 걸듯이 말하는 루폴.

모든 순간을 열심히 그리고 소중히 여기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 같다.

실제로도 립싱크에서 가장 열정적으로 하는 멤버가 살아남는다.

 

이것 또한 루폴의 명대사.

원래 앞에 Good luck 이 붙어서

Good luck, and don't fuck it up 이다.

'행운을 빌테니, 망치지 마세요.'

정말 어떤 인생의 순간에 집어넣어도 어울릴 만한 대사이다.

 

 

 

루폴의 엄청난 매력과 함께 시즌 6의 참가자들에 관해 쓸 얘기도 좀 있지만 그건 다음에 이어서 쓰기로...

결론은, 사랑해요 루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