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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발현, 그리고 열매맺기: Alex & Henry 알렉스는 항상 정확하게 헨리와 눈을 맞춘다. 강한척, 괜찮은척 하는 헨리와 다르다. 솔직하게 직선으로 그를 마주한다. 그래서 가끔 그 정석적인 부분이 고리타분할 때도 있지만. 정직하게 쓰다듬는 손의 움직임. 정확하게 헨리의 눈을 바라보고. 헨리가 원하는 모든 것을 실현시켜준다. 관능이 필요할 땐 섹스 어필. 기다림이 필요할 땐 가만히 바라봐주고, 용기가 필요할 땐 따스하게 어깨를 감싸준다. 정답이 이리도 쉽게 획득할 수 있는 거였나? 반복해서 의심하는 헨리. 그럴리가 없어. 그토록 기다려온 정답지가 눈 앞에 있을리가. 정답지가 사라지기 전에 한시라도 더 많이 눈에 담아본다. 자신을 혐오하는 마음이 알렉스를 혐오하는 척 그를 보고 싶어 찾아간 게스트룸에서 2차로 혐오하는 척.. 혐오는 사랑이다. ㅎ 거부하..
Hazbin Hotel : 아빠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 Lucifer Morningstar-More than anything 다소 마니아적인 화풍 속에서 지옥의 딸 찰리 모닝스타는 지옥주민들을 속죄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해즈빈 호텔이라는, 과거형을 연상시키는 이름의 공간에서 누군가는 자신의 죄를 똑바로 마주하고 그 다음을 생각한다. 천국 직원들이 비웃는 찰리의 갱생 프로젝트는 끔찍하고 처참한 살생 한복판에서 홀로 피어나는 희망이다. 오래 전 꿈과 희망이 짓밟혀 실망 속에 자신을 가둔 아빠 루시퍼 모닝스타. 그런 루시퍼에게 찰리는 하나밖에 없는 금지옥엽. 그녀가 원하는 것은 곧 아빠가 원하는 것. 사랑스러운 딸에게 ‘다른 무엇보다도’ 지켜주고 사랑해줄 유일한 존재. 자신처럼 짓밟히길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찰리는 생각이 다르다. 어린시절 감탄했던 아빠의 마법..
바비(2023) : 이토록 적나라한 핑크빛 이야기 모든 화면이 완벽하다. 마고 로비가 바비고 시무 리우와 라이언 고슬링은 켄 그 자체다. 꼭 바비가 살 것만 같은 앙증맞은 세트도 적절하고 인형의 삶을 암시하는 여러 장치까지 디테일하다. 그런데 눈물이 날 것만 같다. 바비가 '내가 죽으면 어떻게 되지?' 라는 존재론적 위기를 겪고는 현실세계로 떨어져, 어느 할머니에게 예쁘다고 코멘트하는 장면에서. 순간 눈물이 날 것만 같다. 왜지? 바비가 현실세계에 떨어진 장면 이후 계속 눈물이 흐를 것 같다. 모든 장면은 코미디일 뿐인데. 현실을 풍자할 뿐인데. 그 풍자극에서 웃음이 나는 것이 아니라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은, 이 영화가 보여주는 것들이 무언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무언가 내 뼛속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정확히 언어화할 수 없었지만 이제서야 그걸 어떻게 표..
Post punk revival을 듣다 : the strokes, arctic monkeys 벌써 오래 된 이야기. 오랜만에 근황을 살펴봤더니 많이 바뀌었다. arctic monkeys는 곡 취향이 많이 바뀌었다. 그럴 줄 알았다. 간간히 드러내던 클래식한, jazzy한 취향으로 갈아탔다. 하지만 나는 알렉스의 파괴적인 멜로디가 좋았는데. 아닌듯 하지만 정확하고 날카로운 가사와 멜로디 선율. 무지막지한 드럼 리듬과 빠른 박자까지. 심장을 조여오는 섬뜩함. 삶이란 맘에 들지 않으면 뒤집어 엎고 파괴하고 난리를 치는 것. 그 혼돈. 그 난리통. 그 불지옥 속에서 누군가는 삶을 100% 아니 200% 즐기는 중. 지옥은 천국의 한끝이다. 3집 이후부터 점점 박자가 느려지더니 끓어오르는 삶의 열정은 점점 사라지고 유려한 선율로 아티스트로 거듭나는 중이다. 그러나 나는 반기지 않는다. 극초반의 그들의 연..
Alex-awakening : 어느 왕자님의 오래된 사랑 #1. Eyes wide open: 사랑이 자신을 처음으로 봐주었을 때 레드룸에서 알렉스의 입술이 그에게 닿자 놀라고 당황한 헨리의 눈썹이 치켜올라간다. 입술을 황급히 뗀 뒤 두 눈을 크게 뜨고 알렉스를 응시하는 헨리 숨을 가다듬는다. 이번엔 헨리가 응답한다. 정확하고 세차게 알렉스에게 입술을 맞추며. 알렉스는 눈을 질끈 감는다. 다시 한번 눈썹을 치켜올리는 헨리. 단지 이번엔 그 황홀함을 온전히 느끼는 놀라움이다. 그토록 원하던 사랑이 실현되었다. 으레 그렇다는듯이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알렉스와 다르게 헨리는 열정적인 키스 와중에도 어딘가 얼뜬 표정이다. 알렉스의 머릿결과 뒷목을 정신없이 휘감고 있지만 정작 이 상황이 믿겨지지가 않아 시종일관 눈썹을 올린 채로 부자연스럽게 입술만 간신히 맞추는 중이다. ..
Bitter Sweet Symphony, 달콤살벌한 인생 The Verve의 Bitter Sweet Symphony 웅장하고 큰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오케스트라 샘플링과 대비되는 하찮고 사소한 인생 주기적으로 인생에 대해 생각해본다. Tryna make ends meet, you're a slave to money then you die 생계를 해결하기에 급급한 너는 돈의 노예가 되고 죽고 말겠지. I'll take you down the only road I've ever been down 내가 걸어본 유일한 길을 보여줄게 No change, I can change (중략) But I'm here in my mold I can't change my mold 아무런 변화가 없지만 난 변할 수 있어 하지만 여전히 내가 만들어진 틀에 남아있지 내 틀을 바꿀 순 없..
Red, White & Royal Blue: 서로의 경계를 넘으며 '오만과 편견'식 줄거리로 수월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편견이 가득한 리즈의 역할을 알렉스가, 오만이 가득한(하지만 알고보면 순정남..) 다아시의 역할을 헨리가 맡았다. 이런 류의 콘텐츠가 종종 절망의 골짜기에 주인공들을 처박고 비극으로 끝나지만 이 작품은 그렇지 않다. 상황을 조금 비틀어 사랑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사랑은, 너와 나 각각의 경계를 넘는 것임을. 한바탕 케잌 소동으로 미합중국 대통령인 엄마에게 수치를 안겨다준 알렉스. 그길로 영국 왕자 헨리에게 되돌아가 눈물의 화해쇼를 연기하게 되는데... 알렉스 : 내가 너보다 크다는 것만 알아둬. 헨리 : 난 네가 깔창 낀 것까지도 알고 있단다. 눈물쇼를 위해 각자의 디테일한 신상을 NDA(비밀유지협약서)로 주고받은 둘. 벼락치기를 한 알렉..
헨리 퍼셀의 Rondeau와 같은 활기참이 필요할 때 첫번째 음에 세게 강조를 하듯이 Sprightly, lively 산미없는 고소하고 진한 강배전 원두로 로스팅한 커피를 마실때처럼 새벽녘 깊은 잠에서 깨어나 큰 숨을 들이킨 전설 속 존재처럼 시간이 충분히 남아 아침의 여유를 즐기는 예술가처럼 운명과 결과는 모두 내가 원하는 대로 진행될 지어니 이 모든 것을 하루하루 온 가슴으로 충분히 음미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헨리 퍼셀의 Abdelazar 2.Rondeau와 같은 진하고 강한 활기참이 필요한 때다.